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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여행 기초지식: 카탈루냐가 뭔가요? (스페인 속의 또 다른 나라 & 까딸루냐 광장 )

by holabcn 2025. 10. 11.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다 보면 길거리의 간판, 지하철 안내 방송, 현지 사람들의 대화에서 스페인어 (Castellano)가 아닌 낯선 언어인 카탈루냐어 (Català)가 더 자주 보게 됩니다. 가우디의 건축물만큼이나 압도적인 바르셀로나의 독특한 분위기는 바로 카탈루냐 (Catalunya)라는 강력한 정체성에서 비롯됩니다. 스페인 여행을 계획 중이거나 이미 바르셀로나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인 여행자라면, 이 도시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 카탈루냐 사람들의 역사, 언어, 그리고 자부심을 아는 것은 필수입니다. 오늘은 바르셀로나가 왜 스페인 속에서 가장 특별하고 독립적인 색채를 지닌 도시가 되었는지, 그리고 카탈루냐 광장 (Plaça de Catalunya)부터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가 오늘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상세하고 흥미롭게 풀어드립니다. 

목차

    카탈루냐: 카탈루냐 광장의 의미

     

    카탈루냐 광장: 바르셀로나 정체성의 심장부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모든 여행자들은 아마도 카탈루냐 광장 (Plaça de Catalunya)을 지나치게 될 것입니다. 이곳은 람블라스 거리 (La Rambla), 그라시아 거리 (Passeig de Gràcia) 등 주요 도로들이 교차하는 도시의 중심부이자, 모든 만남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그런데 왜 이 광장의 이름이 '카탈루냐 광장'일까요?

    저는 이곳에서 수년 간 거주하며 이 광장이 단순한 교통의 요충지가 아니라, 카탈루냐 사람들의 역사적 자부심과 정체성이 응축된 장소임을 느꼈습니다. 이곳은 대규모 시위나 축제가 벌어질 때마다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카탈루냐의 목소리를 내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광장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자신들을 스페인 국민이기 이전에 카탈루냐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카탈루냐 광장은 도시의 물리적 심장인 동시에, 카탈루냐 정체성의 정신적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탈루냐 광장 위치

     

    1714년과 '잃어버린 날': 카탈루냐 역사에서 가장 슬픈 기억

     

    카탈루냐 사람들의 정체성이 얼마나 깊고 뜨거운지를 이해하려면, 역사적 배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1714년은 그들의 정신에 깊이 새겨진 '운명의 해'입니다.

    1701년부터 1714년까지 이어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카탈루냐는 부르봉 왕가의 펠리페 5세에 맞섰습니다. 결국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1714년 9월 11일, 바르셀로나는 펠리페 5세 군대에 의해 함락되었습니다. 이 패배의 결과로 카탈루냐는 자신들이 누려왔던 자체적인 통치 기관자치권을 완전히 박탈당하고, 카스티야 (Castilla)의 법과 행정 시스템에 강제로 편입됩니다.

    이날, 9월 11일카탈루냐에게 단순한 패배의 날이 아니라, 독립적인 정체성을 잃어버린 '잃어버린 날 (La Diada)'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이 날은 현재 카탈루냐의 공휴일이자 민족의 날로 지정되어, 매년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자치권 회복과 독립에 대한 염원을 표현합니다. 제가 현지에서 이 날을 지켜보면, 마치 한국의 3.1절처럼 민족적 자긍심과 슬픔이 교차하는 뜨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스페인의 한 주(州, Comunidad Autónoma)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민족 역사를 가진 지역을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언어의 힘: 카탈루냐어 (Català)는 단순한 사투리가 아닙니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가장 먼저 체감하게 되는 카탈루냐의 정체성은 바로 언어입니다. 공공기관의 안내문, 상점의 간판, 심지어 버스 정류장의 안내까지 카탈루냐어 (Català)스페인어보다 우선적으로 표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카탈루냐어스페인어의 사투리라고 오해하지만, 이는 완전히 다른 언어입니다. 카탈루냐어는 라틴어에서 파생된 로망스어 계열로, 스페인어보다는 프랑스어이탈리아어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집니다.

    • 프랑코 독재 시대의 탄압: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1939년~1975년), 카탈루냐어의 사용은 학교, 교회, 심지어 가정에서까지 엄격하게 금지되었습니다. 이 시기, 카탈루냐어는 지하에서 명맥을 이어야 했습니다.
    • 언어 부활 운동: 독재가 끝난 후,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복원하고 사용하는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이는 곧 정체성을 지키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카탈루냐에서는 학교 교육과 공무원 시험에서 카탈루냐어 구사가 필수입니다. 간혹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온 학생들은 국어인 카탈루냐를 배워야하는 데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카탈루냐에서는 카탈루냐 언어 교육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지에서 카탈루냐어로 간단한 인사말 (Bon dia: 본디아, 안녕하세요)을 건네면 현지인들이 더욱 친절하게 반응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세녜라'와 '에스텔라다': 카탈루냐 깃발에 담긴 자부심과 염원

     

    바르셀로나 길거리를 걷다 보면 두 가지 종류의 깃발이 유난히 많이 걸려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 두 깃발은 카탈루냐 사람들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대변합니다.

    세녜라 (Senyera)

    • 정의: 노란색 바탕에 붉은색 줄무늬 네 개가 그어진 카탈루냐의 공식 깃발입니다.
    • 역사적 의미: 이는 중세 시대 아라곤 왕국의 문장에서 유래했으며, 카탈루냐의 오랜 자치 역사문화적 뿌리를 상징합니다. 현재는 스페인 헌법에서도 인정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상징입니다.

    에스텔라다 (Estelada)

    • 정의: 세녜라 깃발의 좌측에 파란색 삼각형과 흰색 별 (혹은 노란색 삼각형과 붉은 별)이 추가된 비공식 깃발입니다.
    • 상징적 의미: 이 깃발은 카탈루냐 공화국 수립을 지지하는 독립주의자들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건물에는 걸리지 않지만, 개인 주택의 베란다나 시위 현장에서는 이 에스텔라다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깃발을 통해 바르셀로나스페인 내에서 얼마나 강력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깃발 하나에도 역사적 자부심미래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다는 사실은, 카탈루냐 사람들의 정체성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그

     

    문화와 예술을 통한 정체성: '까스뗄 (Castell)'과 '사르다나 (Sardana)'

     

    카탈루냐민족성은 건축이나 정치뿐만 아니라, 전통 문화에서도 활발히 표현됩니다. 이 지역의 축제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보게 될 두 가지 독특한 문화를 소개합니다.

    까스뗄 (Castell): 인간 탑 쌓기

    • 정의: 사람들이 어깨 위에 올라서서 높은 '인간 탑'을 쌓는 전통 문화입니다.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 정체성 연결: 이 탑은 가장 약한 어린아이가 가장 꼭대기에 올라야 완성됩니다. 이는 카탈루냐 사회의 협력 (Treball en equip), 용기 (Valentia), 그리고 연대 (Solidaritat) 정신을 상징합니다. 탑이 무너져도 모두가 함께 일어나 다시 시도하는 모습에서 카탈루냐의 강인한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르다나 (Sardana): 화합의 춤

    • 정의: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만들어 추는 카탈루냐의 전통 춤입니다.
    • 정체성 연결: 이 춤은 구심점이 없습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며 손을 잡고 원을 이루는 모습은 평등화합을 상징합니다. 프랑코 독재 시절에 금지되었던 사르다나는 오늘날 카탈루냐 사람들에게 억압에 굴하지 않는 문화적 저항이자,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독특한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것은 바르셀로나 여행의 가장 깊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카탈루냐, 스페인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적 대륙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며 카탈루냐 광장에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단순히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강력한 정체성역사적 자부심의 발자취입니다. 여러분이 길거리에서 보는 카탈루냐어 (Català) 간판, 9월 11일의 뜨거운 열기, 그리고 인간 탑 까스뗄에 담긴 협력 정신은 모두 스페인 속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를 지키고자 했던 이들의 숭고한 노력을 대변합니다.

    스페인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행자라면, 카탈루냐스페인의 일부로만 보지 말고 하나의 독자적인 문화적 대륙으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이러한 깊이 있는 이해는 여러분의 바르셀로나 여행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 것입니다. 카탈루냐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욱 생생하고 특별한 스페인 유학 생활 또는 여행을 즐기시길 바랍니다.